책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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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하관 비문소소한이야기 2021. 6. 21. 00:11
하관 지상에 매인 포승을 풀고 검은 침묵에 싸인 관을 내렸습니다 차디찬 단절과 오열을 젖히며 소낙비 한 줄기 관을 적셨습니다 세상 시름 씻어가는 보혈의 눈물이여 세상 번뇌 거둬가는 부활의 바람이여 애지중지 키우신 동백꽃 한 송이 마지막 하직길에 합장하니 사방에 흩어진 고별이 일어나 천 가람과 교신하던 문을 닫았습니다 가슴에 봉분 한 구 솟아버린 사람들이 태어난 젖줄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오 하느님, 칼을 쳐서 밥을 만들고 창을 쳐서 떡을 만들던 손 그가 여기 잠들었나이다 우리가 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우리가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며 우리가 곤궁했을 때 기댈 등을 주던 몸 그가 여기 잠들었나이다 하늘문 열으소서 그의 영혼을 손잡으소서 비문 순전한 흑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흙을 일구고 온전한 흙으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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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고정희 수의를 입히며소소한이야기 2021. 6. 17. 23:27
수의를 입히며 논두렁 밭두렁에 비지땀을 쏟으시고 씨앗 여물 때마다 혼을 불어넣으시어 구릿빛 가죽만 남으신 어머니, 바람개빛럼 가벼운 줄 알았더니 어머니 지신 짐이 이리 무겁다니요 날아갈 듯 누우신 오 척 단신에 이리 무거운 짐 벗어놓고 떠나시다니요 이 짐을 지고 버티신 세월 억장이 무너지고 넋장이 부서집니다 굼ㅇ이란 구멍에 목숨 들이대시고 바람이란 바람에 맨가슴 비비시어 팔남매 하늘을 떠받치신 어머니, 당신 칠십 평생 동안의 삶의 무게가 마지막 잡은 손에 전류처럼 흐릅니다 당신 칠십 평생 동안에 열린 산과 들의 숨소리가 마지막 포옹에 화인처럼 박힙니다 얘야, 나는 이제 너의 담벼락이 아니다 흘러라 내가 놓은 징검다리 밟고 가거라 뒤돌아보는 것은 길이 아니여 다만 단정하게 눈감으신 어머니 아흐, 우리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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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밑줄긋기]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소소한이야기 2021. 6. 16. 23:28
그대 단 한순간의 눈길 속에 온 세상이 열린다 생이 피고 진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굽은길) 습관이란 얼마나 단호한가 누추한 삶을 견디어 나는 것 한탄 - 자기 연민으로 인한 절망적인 외침 오늘의 언덕은 얼마나 높을까? 척박한 땅의 어깨를 흔들어 어둠의 깊이를 가르는 여린 뿌리 사람이 사람을 섬겨 아름다운 나라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들의 그런 모습 그들의 자연스런 모습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 마음이 길을 만든다 그리움이 그 길을 넓힌다 사랑아, 너는 어디에 숨어 나를 부르는지 마음이 앞서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 내가 간다 나는 충분히 외롭다 편입의 안락함에 빠지지 않은다 편입의 즐거움, 냉냉한 매혹, 일탈의 고독 모든 예절의 진지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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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너 거친 짐승아!소소한이야기 2021. 6. 16. 00:15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너 거친 짐승아! 늘상 밤이면! 나는야 사냥꾼, 너를 잡고 말겠어 “네가 사냥꾼이라도, 나를 잡을 순 없지” 늘상 밤이면! “내가 얼마나 높이 뛰는지, 너는 모를 거야,” 네가 얼마나 높이 뛰는지 나는 알지, 늘상 밤이면! 나는야 알지, 그걸 어떻게 막을지 Wo aus? Wo ein? Du wildes Their! Alleweil bei der Nacht! Ich bin ein Jaeger, und fand dich schier, u. s. w. „Bist du ein Jaeger, du faenst mich nicht“ Alleweil bei der Nacht! „Mein‘ hohe Sprueng‘, die weiss du nicht,“ u. s. w. Dein‘ h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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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소소한 로맨스 소설 이야기소소한이야기 2021. 6. 13. 23:49
로맨스 소설은 거의가 해피엔딩이기에 소설 속 주인공들의 삶은 마냥 Oh Happy Day가 아닐까 싶어 고른 이미지다 지금껏 본 로맨스 소설 중 딱 1권이 슬픈 결말이었다 제목도 기억 안나고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남녀가 같이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여자는 유리 파편에 시력을 잃고 남자는 경추 이하 마비가 된다 남자는 여자에게 눈을 주고 이혼하고 외국남자와 결혼해 외국에서 사는 엄마에게 간다 거의 식물인간급의 날들을 보내는데 뒤늦게 남자의 사연을 알게 된 여자는 남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남자에게서 정자를 채취하여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갖고 남자는 짧은 시간 여자와 따뜻한 시간을 보내다 죽는다 처절한 사랑 이야기였지만 로맨스 소설을 읽는 본래의 목적에서 빗겨나가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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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밑줄긋기]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소소한이야기 2021. 6. 13. 22:57
가슴에 사랑하는 별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ㅔ 다가오는 그런 사랑 갖고 싶다 밝은 빛으로 어두운 길을 밝혀주며 따스한 눈길 주는 별같은 단 하나의 사람 갈비뼈 사이로 축축하게 흐르는 외로움 바람 소리 뒤채이는 그리움 그대 목소기 온통 내 가슴에 넘쳐흐르고 따스한 그대 기운 ㅅ민 강물 내 온 골짜기로 흘러들어 어둠 밀려가고 허물벗어 눈부신 아침이 올 것이다 꽃이 되려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때론 폭풍우 휘몰아치는 밤도 올 것이다 사랑은 가슴이 시리도록 뜨거운 것 폭풍우 몰아치는 밤을 이겨내면 햇빛 찬란한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이 평온함 작은 별의 고독의 잔을 마신다 사랑은 남을 반짝이게 하는 가슴 누구나 반짝임을 꿈꾸고 별이 될 수 있는 가슴 사랑하기 때문에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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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밑줄긋기] 서로의 디딤돌이 되어지는 돌들 새순이 어떻게 이땅을소소한이야기 2021. 6. 10. 22:53
서로의 디딤돌이 되어지는 돌들 매끈한 돌이 아니라 투박하고 패인 곳이 조금이라도 있는 돌이 잘 다른 돌들을 얹고 있을 수 있다 인생의 상처받는 것을 싫어하지도 말고 상처받은 사람을 미워하지도 말아라 고요의 씨앗 그늘 깊은 나무 향기로운 꽃 영롱하게 빛나는 별 아름다운 씨앗은 깊고 깊은 생각 속에 지난 세월의 아픔이 아직 지나지 않은 세월에 돌을 던져 맞혔다 폭염과 바람 아래 묵묵할 때 가을에 소담스런 열매를 맺는다 맺는다 새순이 어떻게 이딸을 비집고 나오는지 지켜보면 .... 목련 잎에 앉은 맑은 이슬로 세수하면 마음이 깨끗해질까? 그대 마음에 나를 담아줄 작은 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에 있는 빈 장의 객은 오직 당신 뿐이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내 이름 석자를 다정히 불러줄 당신이 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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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밑줄긋기] 그대 만나고 꿈꾸는 날 많아졌소소한이야기 2021. 6. 6. 21:34
그대 만나고 꿈꾸는 날 많아졌다 비상의 름과 낙하의 기쁨사이 그대의 눈물이 왜 내 가슴을 적시는가 잎은 흔들림으로써 스스로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피하지 마라 승자는 달리는 도중에도 내내 행복하나 패자는 경주가 끝나봐야 안다 승자는 넘어지면 이어나 앞을 보지만 패자는 넘어지면 일어나 뒤를 본다 승자의 하루는 25시간이지만 패자의 하루는 23시간 뿐이다 우리들의 운명을 이끄는 뜨겁고 뜨거운 그 눈물겨운 여유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을 때 머물렀다갈 익명의 작은 섬하나 없고..... 네 몸 깊은 곳에 닻을 내리고 싶은 말 한마다 "사랑한다" 흔들림, 꿈, 고개저음 사랑하는 만큼 내 울타리에 거두지 말것 내 삶에 지여진 너의 무게, 즐거운 무게, 사랑의 무게 현실인가 하면 상념처럼 잡히지 않는 너, 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