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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하관 비문소소한이야기 2021. 6. 21. 00:11728x90반응형
하관
지상에 매인 포승을 풀고
검은 침묵에 싸인 관을 내렸습니다
차디찬 단절과 오열을 젖히며
소낙비 한 줄기 관을 적셨습니다
세상 시름 씻어가는 보혈의 눈물이여
세상 번뇌 거둬가는 부활의 바람이여
애지중지 키우신 동백꽃 한 송이
마지막 하직길에 합장하니
사방에 흩어진 고별이 일어나
천 가람과 교신하던 문을 닫았습니다
가슴에 봉분 한 구 솟아버린 사람들이
태어난 젖줄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오 하느님,
칼을 쳐서 밥을 만들고
창을 쳐서 떡을 만들던 손
그가 여기 잠들었나이다
우리가 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우리가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며
우리가 곤궁했을 때 기댈 등을 주던 몸
그가 여기 잠들었나이다
하늘문 열으소서
그의 영혼을 손잡으소서
비문
순전한 흑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흙을 일구고
온전한 흙으로 돌아간 생애
임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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