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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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밑줄긋기] 밑줄긋기소소한이야기 2021. 6. 26. 20:14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눈빛과 마주칩니다. 가는 곳마다에서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드러나지 않게 기쁨과 논물을 아낍니다. 나의 도취 하에 당신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밤이면 달과 별을 보며 살았으면 좋겠다. 달빛으로 목욕하는 나무들 내 기다림은 언제 나무가 될 수 있을까? 봄이면 꽃을 피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해지고.... 바람의 날이 파래졌다 혼자 길게 길게 운다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길이 있어 그 길을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할 수 없는 내사랑 그대에게 향한 문을 달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문이 잇어 마음의 문을 닫지 못했습니다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을 바윗돌로 눌러도 저녁 강물처럼 오는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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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밑줄긋기] 밑줄긋기 놀라움에 가득 찬 불놀이 꿈소소한이야기 2021. 6. 25. 23:43
놀라움에 가득 찬 불놀이 꿈 불과 함께 장엄하게 타오르고 꺼지는 젊은 가슴을 뜨겁게 태우던 책들 마음에 얹힌 것 스쳐가는 모든 것들이 남기는 나도 모를 흔적을 남긴다 떠나지 못한 자들에겐 집은 불편한 곳이다 떠나지 않는 자들에겐 집은 안락한 곳이다 적막이 깊은 가을 숲 낮고 깊게 가라앉는다 적막 속에 낮게 낮게 엎드린다 적막은 제자리에서 깊어진다 깊은 밤의 품속에 잠긴다 기다림 마지막 남은 자비에 대한 감사의 눈물 가을도 겨올도 아닌 계절의 예고에 불과한 고통들 덧없이 보낸 밤들 못한 말들 속절 없는 세월에 감금됨 가을 바람은 재난이다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산을 너머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ㅇ어지고 하늘의 별이 길을 잃은 밤 무수한 혈은을 남기는 아픔 목숨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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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밑줄긋기 시읽기소소한이야기 2021. 6. 24. 22:35
나는 웅덩이에 갖혀 있다 도랑을 만들고 내를 이루고 굽이치며 흐르고 싶은 꿈 허공을 흐르고 싶다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싸늘히 부는 바람 잔잔이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숱한 향수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려 앉고 싶다 창 밖 슬픈 여정 아득한 기대를 코스모스처럼 피어나는 사랑을 술잔에 띄우고 10월의 선연한 햇빛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다 다시 만날 아침을 조용히 당신을 사랑할 때 나의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마음 당신을 사랑할 수 없을 때 어둠 속에서 무너지는 나 이 세상 오랜 어둠의 길을 걷고 있다 끝끝내 품고 있는 깨끗한 희망 하나 오랜 기다림 끝에 답신 하나 받을 수 잇을 테고 신발끈 다시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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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세계의 도서관소소한이야기 2021. 6. 24. 00:03
세계의 도서관 The Library : A World History 세계 전역의 도서관들이 켜켜이 먼지가 쌓인 문헌 보관소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문명의 적극적인 상징이었음을 …. 도서관 건축에는 항상 특정한 사회정치적 의도가 개입한다. 도서관은 개인이나 조직이 품은 학문적 야망을 세상에 드러낸다. 도서관의 역사는 책의 역사이기도 하다. 여기서 책을 정의하면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도록 문자 기록이 새겨져 있는 모든 것이다. 도서관의 역사는 어찌 보면 책의 형태 변화와 책 보관 방식의 변화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밝히는 역사다. 독립된 형태의 책 수납장은 라틴어로 아르마리움, 프레스라고도 불린다. 도서관에서 책이 놓여야 할 위치를 표시하는 기호 프레스마크란 말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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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집소소한이야기 2021. 6. 23. 23:12
집 고향집 떠난 지 십수 년 흘러 어머니, 스무 번도 더 이삿짐을 꾸린 뒤 가상하게도 이 땅에 제 집이 마련되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마련한 이 집, 서른일곱의 나이에 가진 이 집, 열쇠를 가진 지 두 해가 넘도록 아직 변변한 집들이 한번 못하고 동당거려온 이 집에 어머니, 오늘은 크낙한 고요와 청명이 찾아오고, 구석구석 청소를 끝낸 후 저 들판 마주하여 마음을 비워내니, 간절한 사람, 어머니가 이 집에 들어서는 꿈을 꿉니다 어머니가 이 집을 돌아보는 꿈을 꿉니다 공부방 둘러보고 이부자리 만져보고 유리창 활짝 열어 햇빛 들여오시며 이제 네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해거름녙 강물처럼 웃으시는 당신, 그 얼굴 그리워 모서리칩니다 그 얼굴 보고 싶어 가슴 두근거립니다 왜 그닥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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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탈상소소한이야기 2021. 6. 22. 23:06
탈상 구월입니다, 어머니 음력 보름달빛 낀 새벽 강물이 흘러갑니다 우수수수 음력 보름달빛 낀 새벽 들판이 함께 굽이칩니다 음력 보름달빛 낀 보석 같은 눈물들을 쏟아놓고 한여름의 상처와 슬픔으로 얼룩진 검은 상복 고이 벗어 한줌 재로 강물에 띄워보내고 나면 적막한 산하 옥수수밭 흔들며 가을의 전령들이 당도하고 있습니다 아득한 저 벼랑 끝에서 산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아득한 저 벼랑 끝에서 신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오, 우리 가슴속에 아직 검은 그림자 드리워 저 바람 지나기엔 이른 시간일지라도 보시지요, 어머니 구월이 왔습니다 지금은 마음의 상복을 벗고 지친 형제자매들의 팔다리 부축하여 황금 들녘에 기립할 때입니다 풀벌레 울음 소리 자욱한 일터에서 겸허한 씨앗들을 쓸어안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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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독일문학 뻐꾸기와 꾀꼬리소소한이야기 2021. 6. 21. 23:17
뻐꾸기와 꾀꼬리 Kukuk und Nachtigall 옛날에 깊은 골짜기에서 뻐꾸기와 꾀꼬리가 내기를 했네, 멋진 노래를 불러, 기교와 행운 덕에 승리한 자가 상을 받기로 Einmal in einem tiefen Thal Der Kukuk und die Nachtigal Eine Wett thaeten anschlagen, Zu singen um das Meisterstueck, Wers gewoenn‘ aus Kunst oder aus Glueck Dank soll’t er daveon tragen 뻐꾸기가 말하길: „너만 좋다면 내기를 판정할 심판을 뽑자!“ 그리고 당나귀를 거명했네 그는 큰 귀를 두 개 가지고 있으니, 그만큼 더 잘 듣겠지 지당한 말이라고 인정을 받았네! Der Kukuk sp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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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유채꽃밭을 지나며소소한이야기 2021. 6. 21. 22:36
유채꽃밭을 지나며 어머니, 이제 더는 말이 없으신 어머니 당신의 시신을 뒷동산 솔밭에 묻고 제 가슴에도 비로소 둥긋한 봉분 한 구 솟아버린 채 서른아홉의 짐을 끌고 고향을 하직하던 날 소리나지 않게 울며 대문 밖에 서계시는 어머니와 손 흔들던 날 저산리 모퉁이를 돌아서던 제 시야에 오늘처럼 눈부시게 흔들리는 유채꽃밭을 보았습니다 백야리를 지나고 배드레재 지날 동안 저를 따라오던 유채꽃밭에는 호랑나비 노랑나비 훨훨 날아들어 이 세상의 적멸을 쓰러뜨리며 찬란한 화관을 들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화관을 들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제발 가슴속의 봉분을 버려라 찾아오면 떠나갈 때가 있고 머물렀으면 일어설 때가 있나니 사람은 순서가 다를 뿐이다 유채꽃밭 속으로 걸어가던 어머니 그날처럼 오늘도 산천솔기마다 유채꽃 흐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