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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탈상소소한이야기 2021. 6. 22. 23:06728x90반응형
탈상
구월입니다, 어머니
음력 보름달빛 낀
새벽 강물이 흘러갑니다
우수수수
음력 보름달빛 낀
새벽 들판이 함께 굽이칩니다
음력 보름달빛 낀
보석 같은 눈물들을 쏟아놓고
한여름의 상처와 슬픔으로 얼룩진
검은 상복 고이 벗어
한줌 재로 강물에 띄워보내고 나면
적막한 산하 옥수수밭 흔들며
가을의 전령들이 당도하고 있습니다
아득한 저 벼랑 끝에서
산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아득한 저 벼랑 끝에서
신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오, 우리 가슴속에 아직
검은 그림자 드리워
저 바람 지나기엔 이른 시간일지라도
보시지요, 어머니 구월이 왔습니다
지금은 마음의 상복을 벗고
지친 형제자매들의 팔다리 부축하여
황금 들녘에 기립할 때입니다
풀벌레 울음 소리 자욱한 일터에서
겸허한 씨앗들을 쓸어안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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