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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이야기]박준 _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소소한이야기 2018. 10. 18. 20:47728x90반응형
박준이란 작가가 핫한 작가인가 봅니다
공공도서관을 비롯해서 여러 도서관에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줄줄이 예약이 걸려 당최 대출불가한 책이었어요
예스24에서는 박준 작가의 책 두 권을 세트로 특별판매도 했었고요
여러모로 그를 향한 열풍이 잠잠해지길 기다렸습니다
박준의 책은 시집이든 산문집이든 빌리기 힘든 시기를 주시하며 기다리고 기다렸죠
기다리던 어느날 그의 시집을 먼저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름을 어찌 먹었을지 한장 한장 넘겨보았습니다
시집의 1부는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2부는 옷보다 못이 많았다
사인이 같고 싶은 너는 없지만 옷보다 많은 못은 죄다 뽑아 버리면 되지요
그늘이라는 시에 마음이 머무르더군요
그늘
남들이 하는 일은
나도 다 하고 살겠다며
다짐했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고
걷지 않아도 될 걸음을
재촉하던 때가 있었다는 뜻이다.
남들이 하는 일을 다 하고 살겠다며 밝은 시절을 스스로 등지다 보니 '그늘'에 들어가 있는 자신을 보았겠죠
시집은 흐린 날 같았습니다
잿빛 구름이 짙은 듯 흐린 듯 그렇게 하늘을 뒤덮고 있는 그런 흐린 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저 아래부터 끌어올린 울음을 탈진할 때까지 쏟아내버리고 싶은 날들이 사는 동안 찾아오죠
밑줄을 긋는 대신 찍어 놓은 사진이 한 바닥을 다 담고 있어 어디에 꽂혔는지 그때의 느낌이 사라진 사진 한장을 멀뚱히 들여다봤ㅡ니다
글꼭지 제목은 희고 마른 빛
아마도, 끌렸던 부분은 이 몇 줄이지 싶습니다
잠이 좋다. 사람으로 태어나 마주했던 고민과 두려움과 아픔 같은 것들을 나는 대부분 잠을 통해 해결했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잠으로 해결되지 않는는다. 그럴 때 나는 꿈을 부른다.
부른다고 해서 딱히 특별히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나 그냥 잠이 들 때까지 한 가지 생각을 계속 떠올리는 것이다.
아마도 기분이 한 없이 가라앉을 때 잠만 자고 싶은 제 마음과 닮은 꼴이라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하지만 운다고 달라질 일이 없듯 달게 자고 일어나도 달라지는 일은 없죠
힘껏 눈물을 흘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아침빛이 나의 모몸 위로 내리고 있었다. 당신처럼 희고 마른 빛이었다.
내가 좋아지는 시간
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의 끝은 씁쓸함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마음에 들이지 않은 채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과 후회로 스스로의 마음을 더 괴롭게 할 때, 속은 내가 속인 나를 용서할 때,
가난이나 모자람 같은 것을 꾸미지 않고 드러내되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제야 나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나이 들어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다그침이 줄어드는 것은 포기와 수긍이라는 것이 끼어들어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남에서 온 편지
배추는 먼저 올려보냈어.
겨울 지나면 너 한번 내려와라.
내가 줄 것은 없고
만나면 한번 안아줄게.
자기가 있는 곳에 청해주고 안아주겠다는 한 사람, 한 명의 친구가 있다면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다그치는 일을 덜 할수 있겠죠
책에서 산울림의 안녕이라는 노래를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아무도 모르게 잠든 밤에 혼자서 ~ 아무도 모르게 울면서 멀리멀리 갔다고
까마득한 기억 속에 묻혔던 가락을 흥얼거려 보니 소란했던 마음이 정돈됩니다서른이 조금 넘은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것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이십대의 시간들을 온전히 글쓰기에 바친다는 것이 얼마나큰 모험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앞으로 '시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할 삶이 얼마나 힘겨울 것인지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끝맺음을 하지 못한 문장이 주는 울림이 큰 인생을 우리 모두 살아가고 있죠가난 자체보다 가난에서 멀어지려는 욕망이 삶을 언제나 낯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 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풍족한 삶을 향한 욕망은 현재도 미래도 지치게 만들죠. 삶이라는 의무를 벗어던지고 싶을 때도 있고요.어느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연세가 지긋한 한 분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어떤 경지인건가요. 어렸을 적엔 위인전의 위인과 유명세를 떨치는 이들이 진정 대단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어요.그러다 어느날 문득, 자식들을 다 키워내고 노년의 삶을 잘 견디어 가는, 평범한 삶을 평범하게 잘 살아낸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이 먹는 일을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그랬더니 아버지는 "그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운전을 안 할 수 있나. 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하며 웃었다.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음이 밥벌이겠죠지금 지나고 있는 이 길 위에는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들, 생각보다 더 빠르게 다가오는 것들로 가득하다.그 사이사이에서 경적 소리를 들어가며, 눈을 비벼가며, 손을 흔들기도 해가며 우리가 이렇게 스쳐간다.살아오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맞이해야 할 때가 많았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로 마음 앓던 날도 있었고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도스스로를 무섭게 몰아붙이기도 했다.하지만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그해 어디 어디 라는 시들이 담긴 이 산문집, 예약이 줄 설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728x90반응형'소소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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