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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렌지 위에서 '구이' 하기소소한이야기 2018. 1. 6. 22:22728x90반응형
V마켓에 갔더니
오~ 가리비 한상자에 6000원을 살짝 넘더라고요
득템했다며 한 상자 집어왔습니다
물론 돈은 지불했죠, 신용카드로
신난라하며 들고 와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밑에 아이스팩이 깔려있네요
조개구이든 고기구이든 숯불 위가 쵝오이지만
가스렌지 위에서 구워봤습니다
석쇠가 보이지 않아
냄비받침 위에 가리비 올려주고 구웠습니다
아름답게 가리비 구이를 먹을 수 있다면야
냄비받침의 희생은 숭고한 거죠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가리비에 입꼬리를 올려주며 광대도 승천시키고
이거시 바로 행복
간간한 것이 맛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날의 만들어진 "패총"입니다
먹는 순간은 알흠다웠지만
구이를 하는 과정은 지난했습니다
불조절을 제대로 못해 처음엔 거의 태울 뻔한 것은 물론이요
수시로 삑삑거리며 꺼져주는 가스렌지의 재점화를 거듭거듭해야 했지요
너무 민감하신 요즘 가스렌지
안전을 담보해주는 민감성이 성질을 박박 긁어주더군요
그래서 절반을 남기고 구이 1차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다이소에서 2000원에 석쇠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온통 시커먼스가 된 냄비받침을 대신하기 위함이었죠
가리비에서 발생하는 국물....아니 즙?이 가스렌지에 직접 투하되지 않도록
호일을 깔고 그 위에 가리비들을 나란히 나란히 열지어 올렸습니다
드디어 가리비 구이 2차가 시작된 것이죠
호일을 깔아두니 직구이에 비해서 달아오르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지더군요
기다림 끝에 가리비들이 여기저기서 입을 벌려주기 시작합니다
양손에 집게를 들고 벌어진 가리비들의 윗껍질들을 뜯어내며서
에헤라디야 흥얼흥얼
구이 1차때 보다 가스렌지가 덜 꺼지기는 하지만
역시 거듭되는 재점화를 피할 수가 없네요
다 익은 가리비를 드로 국물까지 쭉쭉 들이켰습니다
배가 채워지는 동안 쿠킹호일은 처참하게 타들어갔고요
껍질이 두터운 녀석들이 잘 익지 않아 기다리느라 제 속이 타들어갔죠
그래도 인내와 끈기로
남은 가리비를 모조리 구워먹었죠
2차 패총 기념샷도 남기고요
며칠 뒤
V마켓에 또 갔습니다
부채살 행사가 진행되고 있더군요
시식만 해보고 가려다
세 팩 남았다는 소리에 덥썩 부채살 한 팩을 집어왔습니다
그리고 가스렌지 구이를 시도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없이 우선 한 덩이 구워봤습니다
익으면 익을 수록 쿠킹호일에 달라붙어 주더군요
고기덩이가 두텁다 보니 익는 시간이 꽤 소요되는지라
그동안 쿠킹 호일이 타들어갔습니다
쿠킹 호일이 타지 않은 가장자리로 고기를 피신시켜 간신히 다 구워
우구적 우구적 먹어줬습니다
2차 시기에는
고기에 통후추와 시즈닝을 잔뜩 뿌려줬습니다
시커멓게 보이는 부분은 시즈닝이 집중된 곳이에요
시즈닝의 힘은 크더군요
그냥 구웠을 때보다 남의 살 냄새도 안나고 좋더라고요
쿠킹호일에 들러붙기 전에 고기를 뒤집었어요
살짝 익은 고기표면을 보니
혓바닥이 연상되서 급 먹기싫어지더군요
생각을 비워내며 눕혀서 옆구리도 살짝 살짝 구워줬어요
아무리 쇠고기라지만 푹 익혀먹어야 한다는 신념하에 바짝 굽기 위해 나름 노력했죠
가위를 들고 난장질하여 고기를 잘게 조각내어
바짝 바짝 익혔습니다
재점화 또 재점화 하면서 끝까지 고기를 다 구워 먹었죠
그리고 마지막엔 명란젓 쬐끔 올려 입가심으로 종료!!!
가스렌지에 석쇠로 김이나 쥐포 등 건어물을 구워 먹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을 구워먹는 행위는
잠자던 성질과 짜증을 깨우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쇠고기 구매 이후에
마켓에 갔을 때는 쥐포 사와서
다이소 석쇠에 구워먹었습니다
다이소 석쇠는 아무래도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폐기물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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