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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일상이야기]숯불구이 집에서소소한이야기 2018. 10. 31. 21:57728x90반응형
네 개의 꼬치를 끼워 숯불에 구워지고 있는 저것의 정체는 생선류가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장어같은
직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에 치우쳐 있죠
그럼에도 포기하기가 쉽지 않죠, 숯불구이
어느날 갑자기 집에서 숯불구이를 너무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동네 다이소에서 숯불구이용 화로를 본 기억이 나 쪼르르륵 달려갔지만 헛! 숯만 있더군요
그래서 동네 슈퍼에서도 본 것 같아 가보니 거기서도 숯만 팔고
혹시나 해서 생활용품 아울렛에 가봤더니 문닫았고
잠시 고민 끝에 동네를 다 뒤져보기로 하여 결국에 하나 사고야 말았습니다
사각형을 살까, 원형을 살까 고민하다가 크기가 작은 원형을 샀지요
그리고 바베큐용 참숯도 사왔지요
숯을 꺼내 화로에 넣었으나 불은 어찌 붙여야 하는 건지
이 블로그 저 블로그 찾아봤으나 토치가 있어야 한다 혹은 그냥 숯에 불을 붙여 나무 밑에 놓는다
등의 글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맘에 드는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찾을 필요가 없었던 거죠
바로 위에 사진에 보이는 가운데 공동이 있는 원기둥의 숯
저 아이가 바로 과거의 번개탄 같은 녀석이었던거죠
라이터를 들고 저 녀석에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르면서 다른 숯에 불씨를 옮겨주더라구요
저 녀석을 다 태우고 난뒤 남은 숯에 불을 어찌 붙일까 고민이 생겼지만
고기를 구워 먹고 남은 불씨에 반건조 오징어를 구워먹고 그 고민을 잊었지요
직화가 아니어서 탈 염려를 내려놓고 구운 반건조 오징어는
지금껏 가스렌지에 심혈을 기울여 굽던 맛과는 다른 맛을 재연할 수 있더라고요
가스렌지에 구웠을 땡때 오징어의 모습이지요
석쇠가 참으로 너덜너덜합니다
하지만 숯불에 구웠을 땐 축축함 없이 그러나 완전 건조 오징어와 비교할 수 없는 촉촉함이 남아 있어
사진을 찍을 여유는 없었지요
느린 수정과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알싸한 맛이 깊어지는 맞춤한 시간을 지켜 만들었습니다
고기 구워먹고 그리고 오징어 먹고 나니 입안에서 기기묘묘한 냄새가 날 뿐만 아니라 고기 기름 뒷맛으로 인한 충만한 텁텁함을
느린 수정과로 달랬습니다
남김없이 마시고 쓰레기통에 넣기 전에 마지막 모습을 남겨놨지요
첫번째 숯불구이는 여러모로 미흡한 면이 많았어요
화로 밑단에 여닫이 문이 달린 구멍, 명칭이 뭔지 모르겠는데요
그 문을 열고 불을 피워야 했는데 꼭 닫아 놓고 숯불을 피워서 열기가 충분하지 않아 사실 고기 구워먹기가 쉽지 않았어요
솔직히 구멍이 있는지는 다 정리한 후에 엄마의 한마디 때문에 그 존재를 알았던 거죠
며칠이 지난 후, 다이소에서 숯을 더 사왔습니다
커피숯과 일반 숯을 샀는데, 지난번에 샀던 숯과는 달리 불을 붙이기 위한 숯, 활공탄? 좌우당간 그런 번개탄 같은 아이가 안들어 있었던 거죠
어찌할꼬 고민하다가 동글동글한 숯을 가스렌지에 올려놨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불이 살짝 붙은 숯을 화로에 넣었습니다
불붙은 숯 위에 다른 숯을 올려 놓고 부채질을 열쒸미 했습니다
화로의 구멍도 열어놓고
눈물, 콧물 흘리며 불을 키우기 위해 집념을 발휘했지요
부채질을 하다 부채를 보니 어느 시절 부채인지
이런 올드한 부채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죠
부채질이 힘겨워지는 순간 손선풍기가 생각나더라고요
역시나 손선풍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활활 불길을 일으켜 주었습니다, 야호~~
뒷정리를 하면서 본 손선풍기는 온통 시커매진터라 면봉으로 닦아내어야 하는 아픔이 있었죠
양파도 얹고 소세지도 얹고 목살도 굽고
신나게 먹다가 새우도 구워 먹었죠, 호호호
고기에 질릴 즈음 석쇠를 걷어내고 고구마를 화로에 집어넣었습니다
집게로 한번씩 돌려 주면서 구운 고구마
젓가락을 꽂아 보니 쑤욱 들어가네요, 아싸!
반을 갈라보니 속살이 와우~
가을 단풍든 은행잎 색깔보다 더 고운 자태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겉면을 많이 태워놓은지라 보기보다 먹을 부분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구웠지요
직접 구운 고구마는 정말 맛났어요, 재미도 있고
다음에 구울 때는 호일올 싸서 구워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다음이 올지는 잘 모르겠어요
불붙이는 것도 재밌고, 잘 붙일 자신도 있어요
거기도 군고구마는 너무 맛있었고, 구운 소세지는 또 만족스러웠지만
뒷정리는 정말 끝이 없어요
베란다가 재투성이인데다, 집안에도 날아들어 걸레를 수도 없이 빨아야 하는 고행이 있었죠
뒷정리는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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