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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이야기]유리그림자 _ 이윤기 소설집소소한이야기 2018. 7. 17. 23:05728x90반응형
도서관 서가를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한
유리 그림자(민음사)
도서관에서는 서가에 책을 꽂기 전에
띠지, 커버를 모두 벗겨내죠
은은한 연두빛 속살이 드러난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니 커버에 새들이 올망졸망 어여쁘게 내려 앉아 있네요
그리고 붉은 띠지에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소설가 이윤기 유고 소설집
라고 써있네요
여전히 활동하실 수 있는 나이에 돌아가셨죠, 이윤기 선생님
많이 아쉬웠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래저래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요
'소설집'이란 설명이 저는 살짝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수필집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웃갸웃 거렸는데요
소설집이든 수필집이든
오랜만에 연륜이 드러나는 사람사는 이야기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아들을 존중해 주고, 나이 어린 자식이란 '신분'에 굴레를 씌우지 않고
아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아버지의 모습
위태로운 순간에 아내를 보호하고픈 남편의 모습
그렇지만 돌직구를 던져 놓은 후배에게 먼저 연락하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는
인간적인 모습 등을 보면서
어느날 문득 어른이라 불리는 나이에 이르렀고
어른답게 숙성해가기 보다는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해간다는 자각이
문득문득 들고 있는 요즈음
때때로 스스로의 언행에 낭패감을 느끼며 쭈뼛거리기도 하지만
마음이 생각이 날마다 자라고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들더군요
이윤기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는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읽습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우리말 어휘가 얼마나 빈약한지를 절절히 느낍니다
'커피'라고 말할 때 에프가 끼어 있다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발음하기에 애쓰는 것 이상으로
우리말 제대로 말하기에 힘써야지 라는 다짐도 해봅니다
책에 유리창인지 모르고 날아들어 죽은 새들의 주검 앞에서면 떠오른다며
청마 유치환의 춘신春信이란 시가 인용되어 있는데요
유치환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깃발' 이외에는 아는 시가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춘신이라는 시를 기억하고 싶어지더군요
이 포스팅을 쓰는 날 아침, 차바퀴에 짓눌려 내장을 드러내고 죽어 있는 비둘기 주검을 보았는데요
그 처참한 주검에 대한 명복을 빌며 한글자 한글자 더듬어 보겠습니다
춘신
-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코 놀다 가나니
적막한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나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가지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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