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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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하관 비문소소한이야기 2021. 6. 21. 00:11
하관 지상에 매인 포승을 풀고 검은 침묵에 싸인 관을 내렸습니다 차디찬 단절과 오열을 젖히며 소낙비 한 줄기 관을 적셨습니다 세상 시름 씻어가는 보혈의 눈물이여 세상 번뇌 거둬가는 부활의 바람이여 애지중지 키우신 동백꽃 한 송이 마지막 하직길에 합장하니 사방에 흩어진 고별이 일어나 천 가람과 교신하던 문을 닫았습니다 가슴에 봉분 한 구 솟아버린 사람들이 태어난 젖줄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오 하느님, 칼을 쳐서 밥을 만들고 창을 쳐서 떡을 만들던 손 그가 여기 잠들었나이다 우리가 주릴 때 먹을 것을 주고 우리가 목마를 때 마실 것을 주며 우리가 곤궁했을 때 기댈 등을 주던 몸 그가 여기 잠들었나이다 하늘문 열으소서 그의 영혼을 손잡으소서 비문 순전한 흑에서 태어나 흙과 더불어 흙을 일구고 온전한 흙으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