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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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밑줄긋기 시읽기소소한이야기 2021. 6. 24. 22:35
나는 웅덩이에 갖혀 있다 도랑을 만들고 내를 이루고 굽이치며 흐르고 싶은 꿈 허공을 흐르고 싶다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싸늘히 부는 바람 잔잔이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숱한 향수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려 앉고 싶다 창 밖 슬픈 여정 아득한 기대를 코스모스처럼 피어나는 사랑을 술잔에 띄우고 10월의 선연한 햇빛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다 다시 만날 아침을 조용히 당신을 사랑할 때 나의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마음 당신을 사랑할 수 없을 때 어둠 속에서 무너지는 나 이 세상 오랜 어둠의 길을 걷고 있다 끝끝내 품고 있는 깨끗한 희망 하나 오랜 기다림 끝에 답신 하나 받을 수 잇을 테고 신발끈 다시 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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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책읽기] 시읽기 고정희 집소소한이야기 2021. 6. 23. 23:12
집 고향집 떠난 지 십수 년 흘러 어머니, 스무 번도 더 이삿짐을 꾸린 뒤 가상하게도 이 땅에 제 집이 마련되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마련한 이 집, 서른일곱의 나이에 가진 이 집, 열쇠를 가진 지 두 해가 넘도록 아직 변변한 집들이 한번 못하고 동당거려온 이 집에 어머니, 오늘은 크낙한 고요와 청명이 찾아오고, 구석구석 청소를 끝낸 후 저 들판 마주하여 마음을 비워내니, 간절한 사람, 어머니가 이 집에 들어서는 꿈을 꿉니다 어머니가 이 집을 돌아보는 꿈을 꿉니다 공부방 둘러보고 이부자리 만져보고 유리창 활짝 열어 햇빛 들여오시며 이제 네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해거름녙 강물처럼 웃으시는 당신, 그 얼굴 그리워 모서리칩니다 그 얼굴 보고 싶어 가슴 두근거립니다 왜 그닥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불현..